리스크 없이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요동치는 주식시장을 보며 자주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의 법칙이 적용된다. 서로 상반되는 듯 보이는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척도를 잘 조절하여 투자해야 그나마 만족스러운 투자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률이 좋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최근 블루오션(?)이 되어가는 주식시장을 보며 그만 좀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올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다.
이론
나는 이제야 발견하긴 했지만,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꽤나 유명한 이름이었다. 브릿지워터의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시장의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든 포트폴리오다.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사계절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다. 이때 사계절은 시장에서의 사계절이다. 경기와 물가의 상황을 조합한 4가지 상황을 뜻한다.
경기라는 단어가 조금 애매할 수는 있는데, 경제 전반의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다는 말은 생산, 소비, 투자, 고용, 현금의 흐름, 수출이 잘 된다는 말이다. 또한 상승과 하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헷갈릴 수도 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비해 높으면 상승한 상태, 낮으면 하락한 상태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는 소비자 물가 지수를 104.04로 예측했으나 실상 104.69로 발표된다면, 기대치보다 높으므로 물가가 상승한 상태다. 각 상황에서 유리한 자산은 아래와 같다.
- 경기상승: 주식, 회사채, 원자재, 신흥국 채권
- 경기하락: (선진국)채권, 물가연동 채권
- 물가상승: 물가연동 채권, 원자재, 신흥국 채권
- 물가하락: 주식, (선진국)채권
즉, 이러한 자산군에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두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배분의 기준은 무엇이냐, 각 자산군의 리스크 정도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주식의 경우 채권보다 위험도가 3배 정도 높으므로, 채권의 비율이 주식의 비율보다 높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각 자산군의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좋다. 만약 주식이 1만큼 오를 때 채권이 1만큼 떨어진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산이 증가하지 않아 투자하는 의미가 없겠지만, 모든 자산군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가정 하에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괜찮다. 즉 주식이 1만큼 오를 때 채권은 0.7만큼 떨어지고, 채권이 1만큼 오를 때 주식은 0.7만큼 떨어지는 느낌이라 장기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 또한 완벽하지도 않고 함께 오르거나 떨어질 때도 있다. 그저 경향이 그렇다는 것 뿐..)
구현
말이 길었다. 구현을 해야 의미가 있지 않나. 그런데 저 많은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게 가능할까? 개미 투자자를 위한 지침은 따로 있다. 덜어내고 덜어내어서 정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산군 4개(어떻게 보면 5개지만)를 선정했다. 주식, 채권(중기채+장기채), 원자재, 금이다.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높으며 주식과 채권 모두 하락하는 고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재와 금을 편입한다. 비중은 다음과 같다.
(미국)주식 30% + (미국)장기채 40% + (미국)중기채 15% + 원자재 7.5% + 금 7.5%
시드가 작은 우리 개미들은 ETF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
미국 주식 전체에 투자하는 ETF로 VTI가 있다. 전 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VT도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 미국의 입장에서 최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주식으로 한정하기로 하자.
채권에는 장기채와 중기채가 있다. 채권 투자에는 만기가 중요한데, 만기가 길수록 불확실성이 커져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단기 채권은 거의 현금 보유와 유사하다고 한다. 중기채(10년 만기) ETF로 IEF가 있다. 적당한 변동성으로 자산의 15%를 안전하게 만든다. 20년 만기의 장기채(20년 만기)로는 TLT가 있다. 주식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높은 비중으로 보유한다.
원자재는 석유, 광물, 농산물 등을 포괄하며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식과 채권의 리스크를 헤지한다. GSG가 대표적으로, 에너지 비중이 60%로 매우 높지만, 그만큼 현물가격을 정확하게 추종한다. 섹터별 비중을 제한하는 다른 ETF도 있고 이들의 최근 수익률이 GSG보다 나을 수 있지만, 한 가지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최근 몇 년 간의 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원자재에 안 좋았다는 것이다. 원자재 편입의 이유가 확인되는 인플레이션 상황일 때 어떻게 될지, 가봐야 아는 것이다.
금 역시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리스크를 헤지한다. 대표 ETF로 GLD, IAU가 있다. IAU가 시총은 낮지만 주당 가격을 생각하면 개미들의 리밸런싱을 위해 비교적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제 시작하는 개미라고 생각하고 시드를 약 300만원으로 잡았다. 현재가 기준으로 VTI 3주 + TLT 7주 + IEF 3주 + GSG 9주 + IAU 5주를 구매하여 원하는 비율의 포트포리오를 구성했다. 주식 수가 적어서 리밸런싱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며 리밸런싱이 어려운 포트폴리오가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현재 구성으로 과거 10년 백테스팅을 해보았다. 연평균 수익률은 6.3%로 일반적으로 시장 수익률이라 하는 S&P500의 연평균 수익률 13.4%의 절반 정도였지만, 최대낙폭이 –7.46%로 시장의 –19.92%보다 한참 낮았다. 그래프 형태만 보아도 얼마나 안정적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보다 일반적인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자. S&P의 경우 75년간 18번의 손실, -43.3%의 단일 최대 손실, -11.4%의 평균 손실을 보였다. 반면 올웨더의 경우 75년간 10번의 손실, -3.93%의 단일 최대 손실, -1.63%의 평균 손실을 보였다. 수익률은 시장에 미치지 못했을지언정, 위험성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포트폴리오인 것이다.
시기를 특정해서 들여다보면 더욱 놀랍다. S&P500이 –36.81%였던 2008년 금융위기 때, 올웨더는 –1.31%였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에는 폭락한 주식시장과는 달리 올웨더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 이후에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하여 결과적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도 주식시장의 성장이 그렇게 클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올웨더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장점만 있고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간단히 말해서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 장점
- 굉장히 높은 안정성
- 굉장히 높은 위험대비 수익률
- 단점
- 상대적으로 낮은 실제 수익률(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결론
확실히 시장금리 혹은 물가의 상승보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자산을 안전하게 증식시키는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인 내 입장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우선 수익률이 너무 낮다.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하나,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건데 아직은 주식시장의 강세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라도 고수익을 노려볼만하다는 거다. 또한 아직 하이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나이다. 경제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안정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각 자산군의 변동의 이유와 흐름을 살피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원칙적인 올웨더 포트폴리오라면 주식, 채권, 원자재, 금은 물론 신흥국 주식과 채권, 물가연동 채권, 기업채 등등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꼭 따를 필요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의 의미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투자는 다른 방식이겠지만,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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