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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마음의 양식

[독후감/서평] 1984 (조지 오웰 저)

by 흔한 공대생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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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 주관주의*
 - 본 글은 본인이 직접 읽고 느낀 점을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나 본인의 아주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음.


 

 

  당에 의한 감시와 지배 아래 살아가는 한 개인의 투쟁과 그 결과를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의 또 다른 유명한 소설이지만, 그 두께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의지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윈스턴 스미스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그가 처한 상황, 체제에 대항하는 개인, 결국 체제가 개인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다룬다.

  비록 소설 속이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고 치밀하게 설명하는 1부는 흥미로웠다. 하지만 2부는 더욱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체제에 회의를 느낀 윈스턴이 당의 배반자로 낙인찍힌 골드스타인의 책을 읽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그 책은 현 체제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체제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결과적으로 민중에 의한 체제 전복을 독려하고 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전쟁에 관한 부분이다. 당은 ‘전쟁은 평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 평화를 위한 조건이 전쟁이라는 말이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전쟁이 잉여생산물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책의 설명을 보는 순간 납득할 수 있었다. 누구나 여유가 생길 때 비로소 고개를 들어 세상을 쳐다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잘 살게 된다면 체제를 의심하고 결국 전복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체제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잘 살지 못하게, 여유를 가지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고, 따라서 잉여생산물을 없애야 한다. 여기서 전쟁은 굉장히 특이한 형태를 가진다. 인명피해가 없고 단지 주요 거점을 뺏고 뺏기는 국경에서의 분쟁일 뿐이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안 가진 국가가 없지만, 누구도 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전쟁은 잉여생산물을 없애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그 이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생각한 저자가 굉장히 치밀하다는, 그래서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온갖 고문으로 인해 윈스턴이 생각을 바꾸고 결국 체제에 굴복하는, 그것을 넘어 체제에 융화되어버리는 모습을 그린다. 사실 그전까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당에 충성하고 당이 말하는 것만 믿는 사람들로 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체제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무력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육체적 고통이고, 이게 계속된다면 결국 본인 대신 고통 받을 누군가를 찾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증오하고, 오히려 더 이상 자신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체제를 신봉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다양한 역사적 사례로 미루어보아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무력은 굉장히 무서운 힘이다. 혹시 무력으로, 혹은 무력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우리 역시 잘못된 것을 신봉하고 살아가지는 않는지, 보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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