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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마음의 양식

[독후감/서평]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저)

by 흔한 공대생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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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 주관주의*
 - 본 글은 본인이 직접 읽고 느낀 점을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나 본인의 아주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음.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저자 박광수님의 책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내용의 책도 있고 저자의 엄청난 상상력으로 하나의 세계와 사건들을 구축해내는 소설도 있다. 그런데 이 책과 비슷한 종류의 책은 앞서 말한 그런 종류와는 차이가 있다. 어떤 스토리가 있지도 않다. 글이 길지도 않다. 그런데 책은 두께가 꽤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머릿속을 슥 하고 스쳐가는 아이디어들, 생각들을 펼쳐놓은 것이다. ‘세상에 이런 책도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라면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저자가 가진 기본적인 마인드는 낙관론이라고 생각한다. 낙관과 낙천은 다르다. 낙천은 마냥 좋아질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반면, 낙관은 좋아질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에 충실한 마음가짐이다. 그런 느낌이 좋았다. 사실 나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좋아질 미래보다는 나빠질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현재의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이 마음가짐이 실제로 안 좋아진 미래에 도움이 된 적이 많지만, 그저 도움이 되었을 뿐이지 미래가 현재가 되어도 나는 더 미래의 안 좋아질 일들을 대비하느라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에서 현재에 충실하라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인생을 미리 살아본 선배의 조언이라고 느껴졌다. 먼저 살아보니까 이런 부분이 후회되더라 하는, 새벽에 술 한 잔 나누며 드는 말이라고 느껴졌다.

  어머니에 대한 글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아마 책에서 어머니에 관한 글을 자주 보도록 배치해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에게는 쉽게 하는 “사랑해”라는 말을, 오랫동안 나에게 사랑과 관심과 정성을 쏟아주신 어머니께는 낯간지러워서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그 말에 대해서 써놓은 글이 있었다. 그 글을 읽고 살짝 멍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22년을 사는 동안 어머니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범주에서는 아마 손을 꼽을 것 같다. 거기에 더하여 내가 앞으로 어머니 아버지를 얼마나 자주 보고 살까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대학에 다니고 직장을 구하고 독립된 삶을 살 것이다. 전화는 종종 드리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대화든 뭐든 무언가를 나누게 될 일은 점점 적어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끝이 있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생각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여서인지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느낌이었고, 약 한 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라며 좋아하셨다. 이 쉬운 행복을 그동안 왜 놓치고 있었을까. 자책을 하며,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드리지 못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현재의 행복을 누리다보면 언젠가는 또 자연스럽게 나올 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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