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 주관주의*
- 본 글은 본인이 직접 읽고 느낀 점을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나 본인의 아주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음.
얼마 전, 한 도서 구매 사이트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던 책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뒤늦게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재밌는 세계관을 가졌다. 잠든 사람들만이 방문할 수 있는, 꿈을 만들어 파는 도시.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로부터 뻗어 나오는 중요 인물들의 족보는 ‘해리포터’의 ‘삼형제 이야기’와 닮아있고, 이런저런 사건들이 엮여서 교훈 혹은 감동 비스무리한 것을 던진다는 점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동화적인 요소로 인해 ‘성인이 읽기에 조금 애매하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금방 다 읽어버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꿈 백화점 면접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시간의 관점에서, 그리고 과학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는 명제를 문학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그것들을 전부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 뇌는 진작 과부하가 걸려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망각을 신의 선물이라고도 한다. 한편 미래는 너무나 불확실해서 두려운 시간이다. 모든 걸 대비할 수 없음에 절망하거나, 조금이라도 대비하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책에서 이 점을 잘 밝힌다. 과거와 미래 사이, 현재라 불리는 시간에서 특히 잠든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잠든 시간에서의 특별한 경험인 꿈을 소재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간다.
꿈은 우리 삶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의미론적으로도 그렇다. 하루에 8시간을 잔다고 하면 우리는 일생의 1/3을 잠으로 보내게 된다. 거기에 우리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꿈이 많다고 하니, 우리 삶에서 꿈이 차지하는 시간은 참 많다. 이 점을 제외하더라도 꿈은 중요하다. 꿈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게도 해주고 때로는 영감을 제공하며 행복을 느끼게도 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심각한 고민을 하는 중이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꿈을 많이 꾸며, 힘들수록 꿈이 선명하다. 그럴 때면 꿈에서조차 힘들고 잠에서 깨어나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꿈속에서 답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체념한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꿈을 꾼 후로는 고민이었던 것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행복한 경험을 한다.
과학도로서 꿈이란 뇌가 만들어내는 전기적 자극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실제로 존재하며 어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 같은 공간이지 않은가. 꿈 백화점 대신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꿈이라는 선물을 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매일 밤 나에게 선물을 주는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오늘도 좋은 꿈을 꾸기를, 그것으로 어제를 정리하고 더 멋진 내일을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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