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화 ‘매트릭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시리즈를 몰아보았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과연 행복한 꿈을 포기하고 불편하고 냉혹한 현실을 자각해야할까?
물론 네오처럼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이기적인 인간이라, 인류고 기계고 다 필요없고, 나 하나 잘 살다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공생이다. 인간은 매트릭스 안에서 잘 살아가며, 기계는 인간을 키워 에너지를 얻으며 계속 작동된다. 전지적 시점에서는 인간이 기계에 착취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막상 그 안에 있는 인간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애초에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인간은 그 삶에서 고통받을 수도 있지만, 그 바깥의 현실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행복에 대한 각자의 관점이 다를 것이다.
네오는 진실을 원했다. 진실을 쫓아 어떤게 진실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가가려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진실, 진리가 ‘좋은 것'이라는 전제에서 동의하는 것 뿐이다. 아무리 진실이 좋다고 해도 그것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준다면. 과연 우리가 진실을 알아야할까?
게다가 진리를 마주했을 때 나에게 악영향만 끼친다면, 굳이 알아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리가 좋은지 나쁜지, 좋고 나쁨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조차 나는 알지 못한다. 진리를 안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 하나 알아보고자 위험에 도박을 걸 수는 없다.
나에게 행복은 그런 의미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내가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영화를 보며 맥주 한 캔 하고, 치킨을 뜯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진리가 궁금하긴 하지만, 나는 진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지, 진리를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지는 않다. 오히려 각자의 만족에 행복해하는 것이 이 세상의 진리인지도 모른다란 생각을 할 것이다.
호접지몽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 답은 나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떤가, 그 꿈으로써 내가 행복했다면. 나와 나비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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