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날잡고 방 정리를 하려들면,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신과 우주의 관점에서, 나는 이 속세에 짧게 살다 갈 인생인데 굳이 해야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것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화학의 관점에서,
우리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단위는 원자다. 그리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원자핵과 전자가 태양계처럼 돌면서 원자의 크기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원자의 크기는 원자핵과 전자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크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유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원자를 축구장에 비교하면, 원자핵은 그 한 가운데 있는 축구공이며, 전자는 관중석을 기어다니는 개미들이다. 이런 작은 존재들이 어떻게 원자라는 (자신들보다는 훨씬 큰)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가 그 덩어리 하나를 원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전자는 우리가 관측할 때 그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비탈이라고 들어보았나? 오비탈은 양자역학적으로 규명된 원자의 모양이다. 원자를 떠올릴 때, 단순히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자의 정확한 위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원자핵 주변에 확률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각 지점에서의 전자발견확률에 따라 전자의 위치를 그려넣어보면 원자핵을 구름처럼 감싸게 되는데, 그래서 오비탈을 전자구름이라고도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의 개념으로만 보았을 때 원자의 99.999%는 빈 공간이다. 모든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텅 빈 공간.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공간이 사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사물이 공간으로 가득 찬 것이다!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물질적 현상은 실체가 없고, 실체가 없기에 물질적 현상이 된다. 오래된 가르침이 정말 맞는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의미 없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방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저런 문구에 각성하여 삼라만상을 깨우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등짝스매싱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만, 애인을 자랑하는 친구에게 말할 수는 있다. “네가 손 잡고 있는 그 사람은 사실 99.999%가 빈 공간이며 나머지 0.001%마저 전자의 확률적 분포에 불과해.”
여기까지,
외로운 공대생이 방 정리하다말고 한 쓸데없는 고찰이었다..ㅠ
'공대생 > 공대생이 바라본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트릭스, 행복한 꿈과 불편한 현실 (1) | 2021.02.19 |
---|---|
세상을 좀 먹는 인류, 그리고 바이러스 (0) | 2021.02.17 |
촉법소년 제도에 관하여 (0) | 2020.04.27 |
수학으로 이루어진 감염병 모델, SIR (11) | 2020.04.17 |
민식이법, 그리고 공대생이 바라본 교통법의 발전방향에 관하여 (0) | 2020.04.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