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9일 대전에서는 차를 훔쳐 도주하던 10대들이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숨진 대학생은 생계를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고, 정상적으로 신호에 맞추어 교차로로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오토바이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사건 후 반성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무면허로 차량을 절도하여 서울 양천에서 대전까지 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도주치사혐의까지 있는 가해자들. 게다가 사람 한명이 죽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심상치 않다.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다. 촉법소년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을 죽이고 반성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처벌받지 못하는 것일까?
촉법소년이 무엇인가?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나이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으로, 소년법 상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이 경우 형벌에 처하지 않고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즉, 만 14세가 되지 않았다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처벌보다는 교정을 하겠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진 법률이라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청소년 참정권(물론 이제는 만 18세부터 투표를 할 수 있지만)을 인정해주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과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범죄 문제에 있어서도 보다 관대하게 봐 주는 게 맞다. 책임과 권리를 모두 부여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 촉법소년 사례를 찾아보자.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지나가던 행인이 맞고 사망, 빈차털이, 상점 강도, 성추행 등 참 다양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28,024명이 촉법소년으로 송치되었고, 이중 77%가 살인, 강도, 절도, 폭력의 4대 강력범죄에 해당한다. 4분의 3을 넘는 무려 77%다. 촉법소년 제도의 근거를 다시 생각해보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과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부족’하다. 과연 살인, 강도, 절도, 폭력이 책임도 못 지고 변별도 하지 못하는 그런 일일까? 그렇다고 친다고 해도,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알고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안다, 처벌이 성인에 비해 약하다는 사실을 안다,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범죄를 행한다. 이런 프로세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건 생각 못했겠지
이런 상황이 과연 촉법소년 제도를 통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일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심지어 이런 상황은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과도 알고, 변별할 줄도 아는 상황이다. 애초에 촉법소년 제도의 시행 목적 자체에 모순인 것이다. 하지만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만 18세 이하의 아동은 형벌로부터 보호받아야한다.) 때문에 제도 자체를 없애기는 힘들다. 다만 촉법소년 제도의 적용 연령을 축소한다는 말은 있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시행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내려야할까? 지금 이야기하는 대로 만14세에서 만13세로 한 살만 낮춰도 될까?
뇌에 대한 이야기
행위에 대한 책임, 변별 능력 등의 키워드는 성숙함, 즉 뇌의 성장과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성숙해지는 나이는 언제일까? 뇌가 다 자라면 성숙해진다고 할 수 있을까? 뇌가 다 자라는 시기는 언제일까? 과거에는 유아기, 즉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는 뇌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했다. 성장을 다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가 계속 성장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바로 ‘뇌 가소성’이다. 뇌가 어느 시점에서 성장을 완료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아닌, 환경에 따라 계속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기준을 정하기가 애매하다. 다만 변화 자체는 계속하지만 변화속도는 변한다는 사실로부터, 대략적으로 뇌의 발달이 완료된다는 나이는 구할 수 있다. 12세,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다. 많이 어려보이기도 하지만 현행법의 나이와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교정이 목적이라면, 한마디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처벌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확실히 교육을 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촉법소년 제도를 유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처벌을 시행하고 범죄의 결과는 무서운 처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면, 무서워서라도 범죄를 저지르진 않지 않을까. 청소년기의 단순 일탈을 처벌하는 것이 맞느냐하는 논란도 있긴 하다. 하지만 단순 일탈 정도의 경범죄라면 어차피 처벌도 심하지 않을 것이다. 중범죄인 살인 같은 경우는 단순 일탈로 볼 수도 없고, 봐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처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처벌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미성숙하다면 성인들이 콧방귀 뀔만한 작은 형벌이라 해도 무서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인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된다면 해당 처벌은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범죄가 나쁜 것이라는 걸 자각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의 처벌은 괜찮지 않을까.
결론
원래 생각했던 대로 글이 나오지는 않았다. 인간 사회에 관한 일은 정량적으로 따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된 것 같다. 사건에 대한 분노 때문에 감성적으로 시작한 글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뇌에 대한 정보도 생각보다 자료가 없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다. 한 마디로 하자면 아동이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 권리를 악용해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공대생 > 공대생이 바라본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트릭스, 행복한 꿈과 불편한 현실 (1) | 2021.02.19 |
---|---|
세상을 좀 먹는 인류, 그리고 바이러스 (0) | 2021.02.17 |
쓸데없는 고찰 (1) 사물과 공간에 관하여 (0) | 2021.01.31 |
수학으로 이루어진 감염병 모델, SIR (11) | 2020.04.17 |
민식이법, 그리고 공대생이 바라본 교통법의 발전방향에 관하여 (0) | 2020.04.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