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 주관주의*
- 본 글은 본인이 직접 읽고 느낀 점을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나 본인의 아주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음.
사람마다 책을 고르고 읽는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나 역시 책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끌림을 느껴 선택하곤 한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서 주는 따뜻함으로 나를 이끌었다. 화려한 것 없는 단순한 문구와 그림, 디자인. 어쩌면 나는 그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표현으로 위로 받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겨울 눈소리’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눈은 비와 다르게 커튼을 젖히기 전까지 내린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누군가의 곁에서 행복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닫힌 마음에 언제까지나 머무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제 내린 눈을 아쉬워하고 내일의 함박눈을 기대하며 살아가기보단, 지금 내 앞에서 눈이 내리는 광경을 직접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요란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머무릅니다.” 이 글을 읽은 순간부터, 책장은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생각했다. ‘내 곁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던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똑같은 하루들에 지쳤고, 나만 힘든 것 같아 더욱 힘들었다. 나는 의기소침해졌고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대장님께서 내게 또래상담병 임무를 맡겨주셨다. 또래상담병은 힘들어 보이거나 조용한 전우들을 찾아가 고민이 있는지, 힘든 일이 있는지를 묻고, 들어주고, 가능하다면 조언을 들려주거나 보고하여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임무다. 군대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고민 역시 다양했다. 개중에는 내가 겪어보지 못하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고민도 있었기에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있었다. 내가 상담해준 전우들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내가 위로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줌으로써,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함께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동지들이 있음을 느꼈다. 역으로 내가 조언을 받기도 했다. 문득 깨달았다. 힘이 들 때마다 의지가 되어 준, 함께 살아가는 전우들이 나의 행복이었다. 나는 행복 속에 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쌓여가는 행복이 있었다는 사실에, 그 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내개 임무를 주신 소대장님께, 내게 행복이 되어 내려주는 전우들에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깨닫도록 해준 나의 군 생활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두운 방 안에 웅크린 채로,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불안해하는 지금, 커튼을 열어보면 행복한 일들이 함박눈처럼 내려 쌓여있을지도 모른다. 커튼을 열지 못하고 홀로 웅크린 전우들에게 전하고 싶다. 아주 조금의 용기를 내어 창밖을 내다보라고. 물론 커튼을 열기 전까지는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방을 한 줄기 빛이 가로지르는 그 순간만 잘 견뎌낸다면, 분명 행복한 일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소리도 없이 내리는 행복을 마주할 작은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커튼이 열릴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행복으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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