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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마음의 양식

[독후감/서평]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저)

by 흔한 공대생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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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 주관주의*
 - 본 글은 본인이 직접 읽고 느낀 점을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나 본인의 아주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음.


 

 

  오래전 페이스북에서 추천이었는지 광고였는지 모를 어떤 글을 읽은 후로 읽어보자고 생각했던 작품이다. 인기 있는 작품이었는지 도서관에서는 항상 대출 중이었고, 책은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갔다. 그리고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어쩌다 마주쳐 읽게 되었다.

  저자는 작품을 매우 섬세하게 구성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문장 하나하나가 엮여 커다란 의미를 불러일으킨다. 책을 시작하는 문단과 책을 끝마치는 문단이 서로 이어져 있음이 마치 주인공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것만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덕분에 책장을 덮고 나면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길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포근한 감정에 휩싸인다. 제목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 선사하는 의미도 물밀 듯이 밀려와 깨달음을 준다.

  정말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게 맞나 싶은 끝을 맞이하는 인물도 있었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무언가를 깨닫고 성장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저자의 인생관이 담겨있다는 옮긴이의 말을 읽고 ‘아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누구나 힘든 일을 힘든 상황을 하나씩 어쩌면 그 이상을 마주하고 견뎌내며 살아간다. 그 순간에 인생의 끝을 맞이한 ‘사자’에게 신(혹은 비슷한 어떤 존재)은 추가시간을 부여하여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여기에 자신의 대리자로서 ‘사신’을 보내 일을 처리하는 한편 사신 역시도 사자를 통해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인가보다. 눈처럼 한 번 내리고 끝나버릴 인생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느낄 세상을 만든다. 거기다 그 한 번의 내림 속에서 작은 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지 않을까?

  작품의 인물들은 각자 특별한 상황을 마주하여 고민하고 절망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 자신이 원하는 것과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사신들에게 가장 절망을 주었던 유 역시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끝까지 지켜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들과 다를 것 없는 인간이다. 무언가로 힘들어하지만, 되짚어보면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체념하라는 말과 비슷해 보이지만, 행복은 사실 힘든 인생의 사이사이에 소소하게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행복은 뭘까. 먼 기억 속 누군가가 물었다. 이제는 안다.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게 행복임을. ... 눈처럼 덧없는 생명을 한껏 빛낸 사람들을.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 분명 이 세상은 우리가 그렇게 여기기를 바란다.’

  다시 보니 같은 말을 빙빙 돌려서 긴 글로 적은 것 같다. 강요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여러 번 말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산다는 건 누구나 힘들다. 그래도 그 사이사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산다는 걸 행복하다고 느낄 줄 아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음을 아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당신이기를 바란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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