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퀴리부인이 쏘아올린 작은 공
과학이 급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과학 본연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에 들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에는 새로운 물질, 새로운 빛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강했다. 대표적인 주제가 바로 방사선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물리와 화학 분야에서 각각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가 있었다. 그녀는 우라늄(정확히는 피치블렌드)에서 라듐과 폴로늄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 결과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자연의 비밀을 알게 되어서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자연의 비밀을 안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은 성숙한가요?”
마리 퀴리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 당시 했던 연설 중 한 부분이다. 그녀는 자신의 연구가 과연 인류에게 이익만을 가져다줄지 의문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마리 퀴리의 연구는 과학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의료와 공학, 더 나아가 무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이익이 있었음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용되기만 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II. 우라늄이 만들어 온 역사
인류가 탐했던 원자력과 방사능의 중심에는 우라늄이 있었다. 퀴리 부인과 그 가족이 방사선 연구의 토대를 닦아준 결과, 1938년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에 의해 우라늄의 핵분열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핵분열이란 질량수가 큰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하여 질량수가 작은 원자핵 두 개로 쪼개지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질량 에너지 등가 원리에 의해 핵분열 시 방출되는 에너지를 계산하면 기존 연료와 비교할 수 없는 상당한 양이다. 따라서 핵분열의 발견은 핵에너지의 시대를 여는 계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라늄이 있었다.
핵분열을 발견하기 이전, 러더퍼드는 1933년에 이미 원자에너지를 산업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핵분열 발견 이후인 1942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세계최초로 원자로를 만들어냈다. 이후 핵물질 생산을 위해 군사용 원자로를 가동하다가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발언 이후 상용 원자로 건설이 시작되었다. 원자력의 영향은 굉장했다. 1980년대까지 발전량이 증가하여 약 17%에 달하는 전 세계 총발전량 점유율을 보였고, 전 세계적으로 근대화 및 산업화를 이끄는 주역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대통령 이후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기 시작했다. 금속 및 중화학 산업에 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켜 산업화를 이끌었고, 전쟁 직후 빈곤했던 우리나라를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다.
원자력이 이로운 영향만을 주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누구나 듣기만 해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것이다. 그 원인이 어찌 되었든 두 사고는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 왔다. 인류는 작은 실수 하나가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음을, 자연재해가 겹칠 경우 지구 전체로 피해가 번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원자로는 사실 등장부터 전쟁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은 독일에 대항하고자 미국 정부에 핵폭탄을 제안했고, 그 준비단계로 등장한 것이 페르미의 원자로다. 결국 인류는 핵폭탄을 만들어냈고, 1945년 일본에 ‘리틀보이’와 ‘팻맨’을 투하하며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점차 소련, 영국, 중국, 인도 등 핵보유국이 늘었으며, 핵무기를 통한 대립은 냉전을 더욱 긴장되게 만들었다. 지금도 북한의 핵무기는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III. 원자력을 둘러싼 논쟁들
위에서 보았듯 원자력은 양날의 검이다. 아무리 날카로운 검이라도 자신을 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핵무기와 탈원전이다. 우선 핵무기의 경우 1969년 유엔총회는 핵확산방지조약을 채택하여 핵무기 비 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가지게 되는 것을 방지했다. 무분별한 핵무기 개발을 막는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기존 핵보유국이었던 강대국들은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인도, 파키스탄 등은 가입하지 않았고 북한은 탈퇴하는 등 핵무기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핵 보유 및 사용, 실험 등까지 제한하기 위해 2017년에 핵무기금지조약이 유엔에서 채택되었지만, 핵보유국이 전부 불참을 선언했다.
원전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핵폐기물의 완벽한 처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물을 채운 수조에 임시 보관하다가 지하 혹은 바다 깊은 곳에 묻는 정도다. 이론적으로는 인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각변동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에 취약해 위험하다. 또한 집 뒷마당에 핵폐기물을 매장한다는 인식이 님비현상에 의해 지역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원전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까지 지적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는 원전 가동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문재인정부에 들어서 탈원전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원자력 발전은 현재 발전 원가가 가장 저렴하며 현재 상당한 발전량 점유율을 보여준다. 사실상의 대안이 없는 상태로 탈원전 정책에 들어간다면 전기요금 증가와 더불어 블랙아웃 등의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원자로는 우리나라가 중동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탈원전에 들어간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원자로를 믿고 수입하는 국가가 있을까. 이처럼 탈원전은 쉽게 판단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은 전문가 없이 수립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 등 학생단체 및 지식단체가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IV. 원자력과 인간의 미래에 관하여
핵무기에 대한 문제는 핵보유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합의를 보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와 국민여론, 정치관계 등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거나 결론지을 수 없다. 하지만 탈원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찬반양론 모두가 타당하다고 보여 진다. 한쪽은 이상적이고 한쪽은 현실적인 차이 뿐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분명히 탈원전은 인류가 지향해야할 목표점 중 하나이지만, 성급한 추진은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아직 대체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갈 길이 멀고, 인류가 아직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점차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며 대안 기술을 발전시켜야할 것이다.
오래 전 퀴리부인이 질문했다. ‘인간은 성숙한가요?’ 나의 대답은 ‘아니요.’ 인간은 아직 뭐가 좋고 나쁜지도 판단하지 못하고 대립하고 있다. 심지어 무기로 만들어 냈고 이기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인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퀴리부인은 이미 답을 주었다. 그녀는 라듐 분리 기술을 공개했다. 인간이 성숙한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상태로 말이다. 결국 인류는 의료기술 등 좋은 분야로도 발전했다. 퀴리부인이 옳았다. 인간은 좌충우돌하지만 성숙해지고 있다. 지식인은 마땅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연구가 좋은 쪽으로 사용될 것이라 믿고 계속해야하며, 한편으로는 성숙한 사회를 위해 자신의 생각 역시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를 향한 사랑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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