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법은 독일의 성문법을 따 왔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로 큰 부를 쌓은 미국의 법은 영미법 체계인 불문법을 따른다. 성문법과 불문법의 차이는 무엇일까?
성문법은 법조항에 허용을 명시했고, 불문법은 금지를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일단 안 되는데 이건 허용해줄게’하는 법이고, 미국은 ‘이건 하면 안 돼’라는 법체계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U턴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U턴이 되고, 미국에서는 어디에서나 U턴이 가능하지만 U턴 금지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안 된다.
이 차이는 새로운 분야에 창조적 파괴를 하러 들어가는 스타트업에게는 너무나 크게 작용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토스’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관련 법률이 없어서 1년을 쉬었다.
관련법률이 없으니 어느 누구도 책임질 부서가 없고 나서서 해결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스타트업 대표는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며 입법을 해야 한다. 시장을 뒤흔들 완전히 새로운 판을 벌릴려면,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편,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스라엘은 실리콘밸리에 천문학적인 금액에 기업을 매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은 발달했지만 스타트업은 잘 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로, 이스라엘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실리콘 밸리를 염두에 두지만, 우리나라는 정부보조금이나 받으면서 한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실리콘밸리가 보라고 영문 홈페이지까지 만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없다. 이 차이가 큰 격차로 벌어진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찾는다고 하자. 이스라엘에서는 영문으로 정보를 검색해 관련 스타트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으니 스타트업을 찾을 수가 없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이스라엘부터 뒤져서 관련 기업을 찾지 않을까?
둘째로,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의 차이가 있다. 위계조직은 위에서 결정하고 아래에서 따른다고 볼 수 있고, 역할조직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전문성을 살려서 최선을 다한다. 위계조직은 추진력이 빠른 반면 역할조직은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팀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자. 그 아이디어는 보고에 보고를 거쳐 위로 올라가고, 단계를 거칠수록 상부의 입맛에 맞춰 수정된다. 한국은 위계조직이다.
위계조직은 추진력이 빠르다. 7~80년대 개발도상국 시절, 우리는 따라잡을 롤모델이 확실했다.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였다. 자연스럽게 위계조직인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자연선택된 것이다. 오늘날 상황이 바뀌어 우리나라가 선두를 달리지만, 조직은 바뀌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위계조직인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성향에 맞는데, 인건비가 높으면 힘드니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청년 실업 문제가 극에 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변해야 한다. 역할조직으로 말이다. 사장이 와서 수정을 요구하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의견이고 전문가인 나는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아이디어가 실패한다면? 그 팀이 책임지면 끝이다. 이것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방식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그들의 창조물이 세상의 빛을 본다. 물론 전문가라고 해서 그냥 맡기지는 않는다. 개인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팀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팀원들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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