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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매드 사이언티스트

과학철학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by 흔한 공대생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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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읽고.

 누군가와의 만남을 가졌을 때, 상대방이 자신을 과학자라고 소개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그 말을 들으면 뭔가 사람이 달라 보이고 대단해보일 수도 있다. ‘저 사람 뭐지? 되게 똑똑한 사람인가 보다. 대단하네.’ 사람들은 과학자를 왜 이렇게 바라볼까? 과학이 무엇 이길래.

 

 20세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학철학자들의 전쟁터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많았다. 과연 과학이란 무엇일까. 자연을 관찰하는 것? 자연을 이론으로 만드는 것? 하지만 어떻게?

 

베이컨의 귀납주의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편견 없는 관찰과 귀납추론에 의해 지식의 축적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귀납주의’라는 지식 방법론을 최초로 집대성했다. 귀납주의란, 자료를 편견 없이 수집하고 이를 귀납추론에 따라 일반화하여 이를 실제 자료들과 비교해서 시험해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객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논리적 합리성이 보장되는 귀납추론을 이용한다. 이렇게 객관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자연을 이론화해 나가는 학문이 과학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과학의 방법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이론으로 정립하는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 그것을 우리는 과학이라고 배운다. 과학이 이러한 학문이라 하면 누구나 과학을 대단하고 특별하게 바라볼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과연 ‘편견 없이’라는 것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어떤 현상을 관찰할 때 이 세상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전부 관찰해야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편견 없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또 귀납의 문제도 존재한다. 영국 철학자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의 칠면조가 대표적인 예시다. 칠면조는 주인은 먹이를 주는 존재라고 귀납 추론을 통해 알아냈다. 하지만 어느 날 칠면조는 도축되어 식탁에 올라가게 된다. 이렇듯이 귀납추론은 언제나 내용의 확장이 일어나기 때문에 결론이 참이라는 대답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설 연역주의가 등장했다. 가설 연역주의란, 가설을 제시하고 이로부터 연역적으로 도출한 결과들을 실제 관찰 결과들과 비교하여 시험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 역시 문제가 제기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귀납주의와 마찬가지로 실제 관찰 결과들과 비교해야 하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결과들과 비교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포퍼의 반증주의

 이때 포퍼(Karl Raimund Popper, 1902~1994)가 반증주의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반증주의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반박하는 사례가 나오면 가설을 폐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가설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과학이란 반증에도 견뎌내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만약 경험적 사실에 의해 반증이 불가능한 명제가 있다면 이는 과학적인 명제가 아니게 된다. 반증주의는 과학자들을 철저한 자기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그린다. 그렇다면 분명히 과학은 뛰어난 학문이다.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자신의 이론을 개선하려 하는 합리적인 학문이니.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사람들이 위대한 과학자라고 칭하는 뉴턴은 반증주의를 따르지 않았다.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달의 공전 주기 이상과 음파 속도의 이상 등의 사례들이 있었지만 이 이론은 폐기되지 않았고, 나중에 더 정밀한 측정 결과들을 대입하니 맞아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천왕성의 실제 궤도가 계산된 값과 다르자 과학자들은 새 행성이 천왕성의 바깥 궤도를 돌고 있을 것이라 예측하였고, 이는 해왕성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만약 포퍼의 반증주의에 따랐다면 이와 같은 발견은 없었을 것이고, 만유인력의 법칙마저 사라졌을 것이다.

 반증주의의 또 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반증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적 사실에 의해 시험받고 있는 것은 하나의 가설이 아니라 여러 명제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반증사례가 나온다 한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아낼 수 없다.

 

쿤의 패러다임론

 반증주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즈음 토머스 쿤(Thomas Samuel Kuhn, 1922~1996)이 등장했다. 그는 패러다임이라는 어떠한 신념에 맞게 이루어지는 활동을 과학이라고 보았다. 이 말에는 동의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무언가를 관찰하면 그 생각에 맞추어 관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어떠한 현상을 바라본다고 한들 관심이 있는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할 것이며 원하는 결과를 찾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이 패러다임에 따라서 과학을 하는 것 같다.

 쿤은 과학자들이 하나의 패러다임 아래에서 벌이는 활동을 정상 과학,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상을 과학혁명이라 했다. 정상 과학은 퍼즐이다.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의 아래에서 퍼즐을 맞추어 가듯이, 어떤 이론에 문제가 제기 되어도 바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에 맞도록 끼워 맞추는 사람이다. 이것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을 때까지 무언가를 반복한다. 그것이 실험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론이나 가설에 맞도록 실험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 이론이 맞다는 확신, 즉 패러다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이 무너지는 때는 언제일까.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변칙사례들이 점점 증가하면, 이를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이 패러다임으로 과학자들이 몰리고 옛 패러다임의 대가들이 사라질 때 과학 혁명이 일어난다고 했다.

 패러다임의 핵심에는 범례라는 것이 있다. 범례는 과학 이론의 성공적인 적용 사례다. 쿤은 범례가 과학 이론이 자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범례를 학습하는 것, 곧 과학은 여러 현상이 어떻게 하나의 이론과 연결되어 있을지를 공부하여 세계의 유사성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쿤은 범례가 있어야만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당연한 말이다. 어떤 이론이 있을 때 그 이론이 실제로 적용이 되어야만 쓸모가 있는 것이니. 적용되는 사례가 없다면 필요가 없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인정하게 되면, 과학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과학자들은 자연을 객관적으로 연구하여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념에 맞는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아무리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연구를 한다고 해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힘든 학문이다.

 

 그렇다면 포퍼와 쿤의 주장을 비교하면 어떨까. 포퍼는 과학의 현실보다는 이상을 논하고자 했고, 쿤은 과학에 관해 현실적 작동 원리보다 더 이상적인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대체 1. 연구 프로그램 방법론

 포퍼와 쿤이 각자의 생각으로 대립할 때 라카토슈(Imre Lakatos)가 등장했다. 그는 포퍼의 이상과 쿤의 실상을 조합하여 ‘연구 프로그램 방법론’이라는 방법을 제창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변칙 사례가 발견되면 중심이 되는 이론은 변하지 않고, 변칙 사례가 입증 사례로 되도록 관련 이론들을 조정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예측할 수 있어야 과학이라고 생각했다. 변하지 않는 중심 이론은 패러다임과 비슷하게 볼 수 있고, 변칙 사례는 반증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과학은 중심 이론을 유지하며 반증 사례를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할수록 있게끔 만드는 학문이 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귀납주의와 반증주의, 패러다임의 문제점들을 반영하고, 조금 더 현실적인 과학에 맞는 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현재 과학자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알려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 프로그램 방법론에 따르면, 변칙 사례만 말끔하게 해결한다면 아주 진보적인 이론이 된다. 즉, 현재 사이비라고 생각하는 옛 이론들이 사이비라고 판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과학자가 사이비 과학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미래에는 진보적인 이론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니 그저 놓아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체 2. 방법론은 없다!?

 이러한 라카토슈의 방법론을 비판한 사람은 파이어아벤트(Paul Feyerabend)였다. 그는 과학자들이 특정한 방법론을 사용한 적이 결코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규칙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사실들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론들을 개발하고 수용하라는 규칙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어느 누구에게나 지식시장을 개방하고 그 시장에 나온 이론을 자연스럽게 놓아두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원래 찾고자 했던 과학의 의미는 아니다. 이 방법을 인정한다면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점성술이나 마술 등을 과학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의 특별함을 찾고자 노력해왔지만, 파이어아벤트에 의하면 과학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학문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들도록 연구를 진행하여 결과를 내는 그저 그런 학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현대의 과학철학

 현대 과학사회학자들은 과학을 협상의 산물로도 여기고 있다. 과학이 객관적 진리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임의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진정 과학자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실제로 과학학자들이 어떠한 사례에 대해서 분석을 하면, 같은 사례를 두고 반대의 해석을 내놓는 과학자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학학자들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류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마치며

 이렇게 보았듯이 20세기의 과학철학은 과학의 특별함에 관한 논쟁이었다. 포퍼는 반증주의를 이용해서, 쿤은 패러다임을 통해 그 특별함을 논하고자 했다. 라카토슈는 두 사람의 주장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고자 했고, 파이어아벤트는 오히려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이 특별함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옳을지는 모르겠다. 모두의 주장이 전부 그럴 듯해 보인다.

 책을 읽고 난 후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혼란스러워졌다. 오히려 과학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아가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특별해보일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과학이기에, 특별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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