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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군대라니

군대라니(4) 운전병으로 전직..! - 수송교육연대

by 흔한 공대생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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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병이라면 후반기 운전교육을 반드시 받게 된다. 수송교육연대, 일명 야수교에서 말이다. 육군의 수송교육연대는 3군데가 있다. 강원도 홍천의 1야수교, 경상도 경산의 2야수교, 경기도 가평의 3야수교. 1야수교는 동부전선(강원도), 2야수교는 후방전선(말 그대로 아랫지방), 3야수교는 서부전선(경기도)으로 운전병을 배출한다. 상황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99%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운전병 입영부대의 경쟁률이 차이가 나게 된다. 강원도의 부대라면 보통 1야수교를, 후방 부대라면 보통 2야수교를, 경기도의 부대라면 보통 3야수교를 보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방보다는 후방을 선호하기 때문에, 후방 부대의 경쟁률이 많이 높은 편이다. 이는 신교대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육군훈련소는 랜덤하게 1,2,3야수교를 전부 보낸다.

 


나는 경기도의 3야수교로 가게 되었다. 육군훈련소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가평역까지 갔다. 훈련소를 수료했다는 기쁨은 잠시였고, 다시 야수교 조교의 통제를 받아 각 잡힌 상태로 돌아가야 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조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야수교는 운전교육을 하는 곳이다. 심지어 크고 무겁고 어려운 군용차로. 조금만 삐끗해도 큰 사고로 이루어질 수 있다. 조교들도 똑같은 군인이고 사람이다. 각을 잡아두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군기를 잡아두려 하는 것뿐,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부조리인 것 같다, 그러면 바로 전화기로 달려가 1303에 신고해라.

 


생활적인 면은 좋다. 특히 육군훈련소에서 왔다면 천국이라 느낄 것이다. 일단 훈련병이라는 이름에서 교육생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이곳은 tv가 있고, 개인정비 시간이 주어지며, px와 전화(심지어 영상통화가 된다!)도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흡연도 가능하다. 물론 처음에는 군기를 잡으려 이런저런 제한을 둘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적당히 풀어줄테니 잠시만 참기를.. 나 같은 경우에는 개인정비 시간을 방송으로 공지받았다. 대략 6시부터 8시 20분까지 2시간 20분 정도가 주어졌다. 이 시간 동안 px를 가거나 전화를 이용하거나 tv를 볼 수 있다. 이외의 시간에는 하면 안 된다… 물론 씻기도 해야 하고 전투화 손질도 해야 한다. 씻는 건 알아서 하시고, 전투화 손질은 px에서 파는 스펀지 구두약을 사길 추천 한다. 하나 사면 야수교 내내 쓸 수 있을 것이다. 구두약 바를 것도 없이 쓱 문지르면 전투화에서 흙먼지가 제거되며 반짝거린다. 정말 최고의 아이템.

 


일과는 운전교육에 맞춰져있다. 처음에는 기량평가를 통해 소형/중형/대형을 결정하고 반에 따라 생활관도 재편성한다. 전진과 후진만 해보는 것이지만, 조교가 옆에 타 있다는 부담감과 익숙하지 않은 군용차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기어를 넣지도 못하고 욕을 먹어야 했다..) 첫 2주 동안은 장내기능시험 대비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에서의 면허시험 중 장내기능시험과 비슷하다. 경사로, 굴절, S자, T자 코스를 돌아야 한다. 이때 경사로나 S자는 한 번 해보면 대충 감이 온다. 다만 굴절과 T자는 차가 더럽게 커서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1주차에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2주차에는 실제로 장내기능시험을 치며, 이후부터는 영외도로운전교육과 정비교육을 계속해서 나가게 된다.

 


굴절과 T자는 조교들이 알려주는 공식이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면 웬만하면 합격한다. 공식암기와 이미지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교육기간에는 쓴소리도 많이 듣고 운전을 잘하는 동기들을 보며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면허시험은 경쟁이 아니라 내가 합격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요소는 안 돌아가는 핸들과 선을 밟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다. 핸들은 조교가 나중에 후까시라는 걸 알려줄 거고,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커버하면 된다. 공식에서 살짝 벗어난다고 해서 바로 선을 밟고 감점되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면시장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부분에서 탈선하기 때문에 센서가 고장 나 죽어있는 부분이 많다. 넘어갈 일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운전하면 충분히 합격한다.


영외도로운전교육은 그냥 내던져지는 느낌이다.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속도는 적당히 빠르게 유지해야 한다. (조교가 눈치를 주니까...) 그래도 시내가 아니라면 위험한 지역은 적기 때문에 초보가 연습하기에 나쁘진 않다. 여기서도 조교가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할 수 있지만, 역시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서워서 그러는 거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ㅋㅋ


정비교육은 이론교육으로 이루어지며,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살짝 쉬어가는 타임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보통 1주차에는 면시/정비교육을, 2주차에는 시험응시/면시/영외/영내/정비교육을, 3/4주차에는 영외/영내/정비교육을 실시하며, 오전 오후 각각 3시간 정도씩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전후로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서 교육생들은 시간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전속 전날, 점심 정도에 자대배치표가 나오게 된다. 오전에 운전교육을 다녀온다면, 생활관 복도에 동기들이 몰려 우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가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나는 어디로 갈까. 여기서는 큰 단위로, 사단 수준의 결과만 나오며, 더 세부적인 소속은 사단에 가서 배정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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