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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군대라니

군대라니(3) 내가 빡빡이 훈련병?!? 충성!! - 육군훈련소

by 흔한 공대생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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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병도 군인이기 때문에 훈련소에서 훈련병 과정을 거친다. 나는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코로나 때문에 환영식 이런 건 커녕 주차장에서 부모님과 손을 흔들며 작별하고 들어가야 했다. 훈련소는 정말 칼 같다. 부모님들이 안 보이는 그 순간부터, 바로 조교들이 돌변한다. 뭐 하나 잘못하면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

 

운동장에 모여 지원 병무청별로 분류되고, 서있는 순서대로 중대와 소대, 교번이 결정된다. 즉 옆사람 혹은 앞사람과 같은 생활관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눈치껏 잘 서길 바란다 ㅋㅋ 교번 순으로 정렬해서 소대별로 소대장의 인솔 하에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간부는 주황색 벨트를, 조교는 형광색 벨트를 차고 있으니 참고할 것.

 

육군훈련소라면, 입영문부터 생활관으로 가기까지 상당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제식마저 배워버린다.. 각 맞춰서 팔을 앞뒤로 흔들고 있으면 군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한다. 다만 끝도 없이 걸어가야 할 수도 있다.. 소속 연대가 좋은 위치에 있기를..

 

생활관에 도착하면 그 앞 광장에 앉혀서 소대장이 이런저런 교육을 한다. 물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여기서부터 딴짓을 하다가 걸리면 정말 좋지 않다.. 분대별로 생활관을 쓴다. 한 분대는 보통 16명이다. 침대일 수도 있고 침상일 수도 있다. 이 역시 연대에 따라 다르니 좋은 연대에 걸리기를..

 


입교주차는 보급품 불출, 신체검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하는 일이 없다 보니 시간이 가장 안 가는 기간이다. 그리고 이때 자진 퇴소하는 것이 합법이다!(물론 사유가 없으면 재입대를 해야 한다..)


1주차는 정신교육을 실시한다. 말이 좀 그렇지만 이론교육이다. 군인의 자세나 역사에 관련된 내용도 있고, 북한의 군사전략이나 도발 사건 등을 배우기도 한다. 나중에 시험을 보니 적당히 공부해야 한다. 떨어지면 재시험.. 그것마저 떨어지면 재교육이다.. 이때가 가장 많이 졸리다. 일찍 일어나는 게 적응되지 않은 시점에 하루 종일 앉아서 이론교육을 들어야 하니.. 그래도 졸면 힘들어질 수 있다..ㅠ 나 같은 경우에는 몇 명이 졸았다는 이유로 단체 앉아 일어서를 실시해야 했다. 허벅지 터지는 줄..


2주차는 사격술을 배운다. 총기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과 탄도학(말은 거창하지만 대충 어딜 조준해야 하는지 배우는 거다.), 사격자세 등을 배우고, 영점사격과 실거리 사격을 실시한다. 한 번에 합격한다면 쉬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고, 탈락하면 다시 교육받고 다시 평가를 봐야 한다. 이게 정말 중요한 게, 사격하러 가는 길만 1시간이 걸린다. 물론 2kg나 되는 총을 들고 걸어가는 거다. 합격하면 생활관에서 쉬는데 탈락하면 그 짓을 또 해야 한다. 바로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3주차는 수류탄, 화생방 등을 배운다. 연습 수류탄을 던지며 자세를 배우고, 환자나 정말 못 던지는 사람을 제외하고 세열수류탄을 던진다. 던지면 재밌긴 한데, 정 무서우면 손목 아프다고 뻥치면 된다. 사고 나는 걸 가장 안 좋아하기 때문에 빼줄 거다. 수류탄 던지러 가는 길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군장 친숙화라고 해서, 10kg짜리 군장을 메고 약 1시간 반을 걸어가야 교장이 나온다. 이때가 정말 힘들다. 나는 이날 이후로 발목이 아파 의무실을 자주 찾았다.. 잘 준비하도록. 수류탄이 워낙 힘들어서 그런지(물론 던지는 건 별거 없는데 걸어가는 게 미치겠는 거다.) 화생방은 별거 없다.


4주차는 각개전투다.. 단독군장으로 연병장을 기어 다니고 벽돌 위에서 플랭크 자세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훈련장에서 장애물 극복을 배우고, 실제 각개전투 훈련장에 가게 된다. 이날이 정말 힘들다. 일단 전날 밤은 텐트에서 숙영을 한다. 신형 텐트라지만 좁고 열악해서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그리고 일어나 군장을 메고(이때는 20kg, 완전군장이다..) 각개전투 훈련장까지 1시간가량을 걸어간다. 훈련장은 또 물에 젖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교들이 일부러 물을 부어놓는단다.. 어쨌든, 그 흙탕물 위를 기어가는 게 각개이므로.. 온몸이 흙탕물에 젖은 채 훈련을 마친다. 흙을 최대한 씻어내고 햇볕에 몸을 말리다가 다시 군장을 메고 막사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게 녹초가 되어 막사에 돌아오면 간단히 씻고 잠시 쉬다가 철야행군을 시작하는 거다…. “이것만 끝나면 정말 끝이다”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든다. 그냥 죽고 싶다. 그래도 열외 하면 보충훈련을 받을지 모르니.. 참고 끝까지 하길 바란다...


5주차는 정비를 하다가 전속을 가게 된다. 행군만 끝나고 나면 거의 병장 체험판 수준의 삶을 살게 된다. (훈련병장이라고 들어는 봤나?) 반납해야 할 물자들을 정리해서 반납하는 게 일과이기 때문에, 정말 편안히 쉴 수 있다. 동기들과 들떠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편지를 쓴다. 자대/후반기 교육 배치가 잘 나오기를 기도하고 결국에는 배치를 받아 전속 날 아침 약 6주간 함께 고생한 동기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며 훈련소를 떠나게 된다.




일과는 날마다 상이하다. 특히 여름의 경우 혹서기라 하여 오침이 주어진다. 낮에 그 땡볕에서 훈련병들을 굴리다가는 쓰러지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점심에 잘 시간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훈련 시간을 줄이지는 않는다. 새벽부터 일어나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심하면 4시에도 기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있기 때문에 살짝 소개해보겠다.


6시에 기상하면 그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양치 가글을 실시한다. 위생을 참 중요시 여긴다. 아침 점호를 하고 아침 뜀걸음을 한 후 잠시 쉬다가 밥을 먹는다. 돌아오면 바로 교육을 준비한다.

대략 8시에는 교육훈련 출발을 한다. 기본적으로 훈련장들이 멀기 때문에 1시간씩 걸어갈 각오를 하는 게 좋다.. 복귀해서 점심을 먹고 다시 갈 수도 있고, 훈련장이 멀다면 흙바닥에 앉아 밥을 먹을 수도 있다. 굉장히 불편하고 더러워서 못 먹을 것 같기도 하지만, 다 들어간다..

복귀하면 오후 체력단련을 실시한다.(만약 정말 먼 곳을 다녀오거나, 정말 힘든 훈련을 한 경우에는 생략하는 것 같다.) 체력측정을 해서 불합격한다면 주말에 남들 다 쉴 때 체력단련을 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잘 해두길 바란다..

저녁을 먹고는 잠시 정비를 하거나, 다음날 있을 훈련에 대해 영상교육을 하거나, 야간훈련을 하기도 한다... 


주말에는 비교적 자유시간이 많긴 하지만, 낙엽을 쓸거나 청소를 하는 작업에 끌려나가는 일이 많고, 심지어 토요일 오전은 통째로 청소시간이다. 훈련을 받느라 지친 몸을 쉬게 둘 수가 없다..

 

훈련소에서는 정해진 개인정비 시간이 없다. 언제든 조교가 부르면 나와야 한다. 그러니 쉴 수 있을 때 잘 쉴 수 있도록.. px는 평일에는 절대 안 되고, 주말에 이용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과자 한 종류에 음료수 한 종류, 생필품 한 두 개 정도밖에 못 사도록 제한하지만, 그게 정말 달달한 행복일 거다. 공식적으로 생활관에 취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 잘 숨겨서 가보도록. 전화는 여건이 좋지 않아 조교 통제 하에 주말에 5분 정도만 할 수 있다. 흡연은 불가하다. 잘 때가 아니면 눕지도 못하며, 조교에 따라 기대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눈치껏 잘 쉬자..

 


정말 힘들기 때문에 취미를 만드는 게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기도 쓰고 독서도 했지만, 국방일보를 보는 게 낙이었다. 연예인이 나온다, 그러면 그 부분을 찢어내서 관물대에 붙여놓고 그랬다. 하루하루 국방일보를 기다리며 누가 나올지 기다리는 게 정말 행복했다.

불침번을 자주 서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 걸 생각해두는 게 좋다. 예를 들면 퀴즈를 푸는 거다. 난 친구가 인편으로 보내준 문제들(보통 문제적 남자에 나온 문젠데)을 풀며 시간을 보냈다.

 


훈련소는 사회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군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다. 온갖 것들이 힘들고 고달플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지나면 그것보다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잘 참고 견디길 바란다. 동기들이 정말 의지가 많이 된다. 어떻게든 웃을 일을 찾아보길 바란다. 웃으면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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