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한다는 건 힘들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입대를 준비한다는 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찾아보고 준비했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역시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입대 전, 최대한 짐이 없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훈련소에서 겨우 5주, 후반기 교육 때 2주~5주를 거쳐야 자대로 가기 때문에 이사를 2번이나 해야 한다. 따라서 훈련소에서는 개인 짐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잘 들어맞았고,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최소한의 짐만 챙겼다. 전자시계를 찼고, 크로스백 안에 3색볼펜과 수첩, 여분 안경과 안경닦이, 작은 선크림과 클렌징 폼, 마지막으로 우표만 챙겼다. 덕분에 짐이 정말 없긴 했지만, 생각보다 불편하게 살아야 했다. 이제부터는 경험에 기반하여 챙기면 좋을 것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전자시계
군대에서는 시간을 확인할 일이 많다. 특히 훈련병이라면 언제 어떤 상황에 놓일 지 모르므로 시계를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다. 내 시계는 Super Illuminator 기능이 있어서 어두워서 빛을 필요로 할 때 참 유용했다. 다만, 다른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기능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진동 기능에 방수 기능이 마음에 들어 새 전자시계를 사서 입대했지만, 방수 기능은 그렇다 친대도 진동 기능은 사용한 적이 없다. 사실상 진동을 알아채기가 힘들고 하나밖에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작은 시계가 거슬리지 않고 휴대하기 간편해서 좋다. 조금 지나면 귀찮아서 시계를 안 차고 다니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때문에 추천하는 것은, 시계 알이 작고 불빛을 내는 기능과 방수 기능이 있는 시계다.
2. 볼펜, 수첩, 네임펜
볼펜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문진표, 건강검진 문진표 등등 입영하자마자 써야할 일이 있을 것이고, 편지도 써야 하지 않은가. 물론 볼펜을 하나씩 지급하긴 하지만, 가지고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서 받는 것은 많이 다르다. 수첩은 시간을 보내기 유용하다. 난 개인적으로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데 사용했고, 편지지가 모자랄 때 유용하게 썼다. 미리 친구들 번호나 주소를 적어가는 것이 좋다…!
들어가자마자 정말 많은 보급품을 받게 될 것이다. 다 똑같은, 다 비슷한 보급품들을 말이다. 수많은 훈련병들 사이에서 자신의 물건을 찾고 사용하려면 표시를 해둬야겠지? 네임펜은 필수다.
내가 입대할 때는 필통이나 얇은 볼펜(0.5mm라던지)을 들고가면 돌려보내게 한다는 글을 봤는데,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다. 내 옆자리 동기는 조교 앞에서 필통을 열어 펜을 꺼내기도 했다. 요즘은 굳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으니 원하는 대로 하시길.
3. 샴푸, 클렌징폼, 로션
지급받는 세면도구는 비누가 전부다. 후반기까지, 길면 10주간 비누로만 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은데, 살다 보면 샴푸가 그리워진다. 머리가 아무리 짧아도 상쾌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px에서 구입할 수는 있지만, 언제부터 px를 이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며 부피도 상당히 크다. 가지고 가기는 애매해서 다들 버리고 가던데 너무 아까워 보였다.. 훈련병 기간에 잠시 사용할, 작은 부피의 샴푸를 가져간다면 좋을 것이다. (웬만하면 올인원이 좋긴 하더라ㅋㅋ)
같은 이유로 작은 클렌징폼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요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위장크림을 사용한 적이 없긴 하다. 그래서 굳이 사용하지 않을 거라면 안 가져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피부가 아프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로션은 작은 것 하나 가져가 보는 게 좋다. 여름이라면 선크림 필수다. 훈련병 때는 땡볕에 서있어야 하는 경우가 정말 빈번하므로 살이 많이 탈 것이다..
4. 우표, 편지봉투, 여분의 종이
훈련소, 특히 논산 육군훈련소는 휴식시간에 할 일이 정말 없다. TV도 없고(신교대 너무 부럽다..) 흡연도 못한다. 그저 동기들과 떠들거나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는 게 전부다. 대부분 편지 쓰기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정말 잘 가는 방법이다. 그러나 준비는 철저히 해 가야 한다.
군사우편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우표가 없이도 편지를 보낼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일주일에 1통이며 주소와 우편번호까지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만약 그렇지 않으면 반송된다… 가는데 1주일, 돌아오는데 1주일.. 열심히 쓴 편지가 안 쓴 게 되어버리는 현실…) 그렇기 때문에 우표를 가져가는 게 좋다. 특히 400원이 넘는 우표가 우편번호 없이 주소만 적어도 전달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비싼 등기 우표는 솔직히 필요 없는 것 같다. 애초에 훈련병들의 편지는 일정량이 쌓이면 한 번에 우체국에 가져다 보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느리게 갈 수밖에 없다. 그저 견딜 수밖에..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이 역시 보급의 일종이기 때문에 재고가 없으면 아무도 이용할 수가 없다. 내 경우에는 편지지는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편지봉투는 2개 가져다 쓴 게 전부다. 그래서 편지봉투는 정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싸지도 않으니 가져가서 동기들이랑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편지지 역시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종이를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5. 민머리
장난이다.. ㅋㅋㅋ 하지만 너무 당연한 얘기다. 입대하는데 머리가 길면 안 된다.. 미리 예쁘게 밀고 가는 걸 추천한다. 빡빡이도 다 같은 빡빡이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못생기게 깎일 수도 있다.. 대충 3mm나 6mm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입대 준비물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용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같은 육군훈련소라도 소속 부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며 신교대라면 더욱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한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전속을 갈 때, 모든 짐을 의류대에 넣어서 가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정말 많은 보급품들을 받게 될 것이므로, 가방에는 여유공간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손에 들고 갈 수도 있겠지만, 자대를 가는데 깔끔한 모습이 더 좋게 보이지 않을까…? 게다가 자대나 후반기 교육기관이 멀어질수록 짐이 많은 게 정말 거슬린다. (전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이동해야 한다는…ㅠㅠ) 짐은 정말 적당히 들고 가지 않으면 다 버리고 가야 할 수도 있다.
위 글과는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훈련소 수료 후 전속 시 꿀팁을 적어보겠다. 보급받은 신발 상자나 비닐 등을 버리지 말고 일단 보관하라는 거다. 신발 상자는 이런저런 물품을 담아 옮기고, 심지어 자대에서 관물대 정리를 하기에도 좋다. 비닐 특히 군화 비닐은 신발을 넣어 이동하기 좋고, 젖어있는 세면백은 비닐에 넣어서 가져간다면 안심이 될 것이다. 기억하자. 신발 상자와 군화 비닐. 이사 꿀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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