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동물들과 식물들을 만나고, 다양한 생명체를 만난다. 내가 만든 말이지만 밀리쳐(milreature, military+creature)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지금부터는 허구 0% 실화 100%로 직접 보고 겪은 이야기만 하겠다.
팅커벨
가장 유명한 밀리쳐는 팅커벨이 아닐까 싶다. 주변 군필자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구글에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기겁할 수준의 밀리쳐가 등장한다. 논산에서 야외숙영을 하며 텐트에 붙어있는 팅커벨님을 영접한 것이 처음이다. 거대한 크기에 놀람과 동시에 겁을 먹고 얼어붙어버렸다. 산이 아닌 흔한 평지에 불빛과 사람까지 많았는데도 그 형체를 드러내셨다..
자대에서도 팅커벨을 볼 수 있었다. 기괴한 형태에 커다란 크기는 아니지만, 유리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은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식당 청소를 위해 짬통을 비우러 들고 나가는 길이었는데, 그 상태로 얼어붙어 팅커벨과 알게모를 냉전에 돌입해야했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을 때, 한 번에 날아오르는 그 모습이란.. 아직도 나방을 보면 ptsd가 올 것만 같다ㅠㅠ
짬타이거
우리 부대에는 짬타이거, 두부 중사님이 살았다. 털이 새하얘서 두부, 대충 날짜를 따져봤을 때 중사 계급을 달았을 것이라 해서 중사다. 항상 식당 앞을 서성이며 사람을 낯설어하면서도 먼저 다가온다. 가만히 서 있으면 다가와 내 다리에 온몸을 부비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 몸을 긁는 것인지, 아니면 먹을 것을 달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고라니
산 주변에 산다면 흔히 볼 수 있는 고라니를 빼놓을 수 없다. 밤이되면 아아악! 하고 울어재꼈고, 체력단련을 위해 뜀걸음을 하고 있으면 가끔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선임 중 한 명은 팔을 부딪혀서 손목 치료가 필요했던 적도 있다. 철책을 망가트려 보수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침입자 발생으로 출동하면 대부분 고라니의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생각보다도 정말 자주 보인다. 오죽하면 대대장님이 저거 잡아오면 포상준다고 했을 정도..
너구리
조금 특이한 밀리쳐는 너구리다. 가을이었던 것 같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으면 눈 앞에서 둥그런 형체가 조금씩 움직인다. 너구리다. 상상과 정말 달랐다. 흔히 생각하는 캐릭터적인 면이 있는 친구는 라쿤이다. 너구리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럽다. 몽글몽글한 형태가 귀여우면서도 털에 묻은 더러움 때문에 쉽사리 정이 가진 않는다.
앵그리버드..?
훨씬 특이한 밀리쳐는 앵그리버드다. 게임 홍보가 아니다. 진짜 화난 새가 있다. 훈련병 시절, 우리 부대 건물 뒷문에는 새집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아래에 새 한 마리가 떨어져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날아다니며 지나가는 훈련병들과 조교들을 위협하는 앵그리버드가 있었다. 어찌보면 가족일지도 모르는 동족 새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싸우려드는 그 새가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까까머리 훈련병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의 대상이었다. 너무나 공격적으로 달려들어서 우리는 행여나 물리지 않을까 피해다녀야 했다. 결국 아무도 그 새를 처리하지 못했고, 며칠 후 땅바닥에 떨어져 친구 곁으로 가고 나서야 우리가 손을 쓸 수 있었다.
군대는 생각보다는 훨씬 재밌는 곳이다. 특이한 것들을 보며 흥미로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ps. 공작을 봤다는 선임이 있었다..
ps. 얼마 전 타 부대를 갈 일이 있었고, 마침 산을 지나고 있었고, 그 위를 어떤 비행체가 날고 있었다. 왠 드론인가 했는데, 거대한 독수리였다.. 정말 거대했다. 작은 나무 하나 사이즈는 되는 듯한 사이즈..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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