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기록/군대라니

훈련소 썰 -종교활동-

by 흔한 공대생 2021. 1. 9.
728x90
반응형


 군인에게 종교활동은 중요하다. 종교 본연의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훈련병들에게는 종교활동의 의미가 크다.


 훈련소는 많은 의미에서 제한된 공간이다. 휴대폰도 없고, TV도 없다(물론 육군훈련소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노래라고는 군가를 듣고 부르는게 전부. px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달달한 간식과 음료수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심지어 주말에 등을 기대거나 누워서 편히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이런 훈련병들에게 종교활동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물론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가는 경우 훈련병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교들은 전원 종교활동 참여를 요구하긴 한다. 그래도 싫어하는 동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부식이 주어진다. 종교에 따라 제공되는 부식의 종류나 양은 다르지만, 어딜 가든 주어진다. 주로 초코파이와 사이다를 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막상 훈련소에 들어가있으면 이게 되게 크다는 걸 체감하게 될 것이다.

 

 둘째, 쉴 수 있다. 내가 훈련소에 있던 여름에는 생활관이 정말 더웠다. 에어컨을 마냥 틀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튼다고 해도 온도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종교활동에 참석하는 순간, 빵빵한 에어컨 바람에 추위까지 느낄 수 있다. 이동 간에 덥다고 반팔만 입고 갔다가는 닭살이 돋을 수도 있다.. 종교활동은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진행한다. 그 동안은 편한 의자에 기대앉아 그저 쉴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쉬거나, 종교활동에 진지하게 참여하기도 하고, 처음보는 광경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자는 사람도 있다..).

 

 셋째, 종교활동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다. 많은 훈련병들이 원래 믿던 종교는 없으면서 종교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입대 전에 듣던 종교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의 실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종교 자체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영상을 보고 다같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훈련소 생활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종교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더불어 나보다 먼저 혹은 늦게 온 다른 훈련병들을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것 역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매일 똑같은 동기들과 훈련만 하다보면 이마저도 되게 신기한 광경이 된다.


 

 종교활동은 크게 3가지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가 그것이다. 천주교에 간다면, 거대한 예수 그리스도 조각상이 팔을 벌리고 훈련병들을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명상을 하는 듯한 영상을 보며 힐링하다가 부식을 먹고 돌아온다고 했다. 종교활동 중 가장 덜 역동적이고 확실히 쉬다 올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에 간다면, 교회를 보기도 전에 거대한 십자가를 보고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뭔가 전망대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저 십자가 건축물일 뿐이다. 내부는 정말 크다. 도대체 몇 명이 들어갈 수 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 사이즈다. 찬송가를 부르고 영상을 시청하고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보면 종교활동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불교에 간다면, 들어가는 순간 고대 중국 사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 것이고, 황금빛의 거대한 부처님이 훈련병들을 반긴다. 이곳 역시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경험한 불교 종교활동을 떠올려보면, 법사님이 말씀하시려는 바에 대한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상 정보전달은 대충 끝났고, 실제 경험을 들려주고자 한다. 나는 생활관 동기들이 전부 기독교를 가는 바람에 등떠밀리듯 기독교만 3차례 갔다. 원래는 매주 종교활동이 있지만, 코로나 그리고 기상상황에 따라 종교활동이 없는 주말도 있었다. 커다란 교회를 반절도 채우지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큰 기대를 했던 실로암도 경험하지 못했다. 의미가 퇴색되었다나? 이제 안 한단다..

 

 원래 무교였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 중 세례식이 가장 그랬다. 세례를 많이 주면 뭐가 좋은 것인진 모르겠지만, 훈련병들을 세례식에 참석시키기 위해 홍보를 많이 한다.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풍요를 주셨습니다! 세례식에 참석하는 훈련병들에게는 성경과 작은 십자가 펜던트를 드립니다!"

 

 '저게 왜 풍요일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초코파이는 지겹지 않습니까? 몽쉘을 드립니다!"

 

 '오?'

 

 "하나가 아닙니다! 몽쉘 두 개를 드립니다!"

 

 '오?!'

 

 "하나님께 영광의 박수를"

 

 (박수소리 장난아니다.)

 

 "몽쉘을 두 개나 먹으면 목 막히지 않습니까? 시원한 콜라 한 캔 해야하지 않습니까? 콜라하면 뭐죠?"

 

 '코카콜라!!' (훈련소 급식에 콜라가 제공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콜라 브랜드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코카콜라를 내려주셨습니다. 영광의 박수를!"

 

 (또 박수소리)

 

 그 후로도 바디로션과 폼클렌저 등 하나님께서는 많은 것들을 주셨다. 그리고 이에 홀려 많은 동기들이 세례를 받았다. 슬픈 일은, 이 날 천주교를 갔던 동기들은 싸이버거 세트를 먹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ㅠ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