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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마음의 양식

영화 LEON | 완전한 삶

by 흔한 공대생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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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임

명작이란,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작품이다.
역사적 혹은 작품적 가치, 개인의 감상적 가치로도 판단할 수 있겠다.
여기, 레옹은 그 모든 가치를 지닌 명작이다.


 스토리라인은 전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문 앞에서 떨고 있는 어린 소녀를 오랜 고민 끝에 받아 들이는 살인청부업자 (연기력 장난 아닌 부분), 소녀는 복수를 꿈꾸고 둘이 함께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플롯의 중심이 되는 레옹, 마틸다, 스탠스필드의 캐릭터가 매우 좋다.
레옹은 중년의 킬러다. 까만 선글라스와 비니, 롱코트를 입은 차가운 암살자. 그러나 선글라스 아래에 있는 눈은 순박하기 그지없다. 어떨 때는 어딘가 모자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유를 두 팩씩 살 정도로 좋아하고 화분에 담긴 식물을 아낀다. 반면 마틸다는 성숙함을 호소하는 어린아이다. 단발머리에 초커로 상징된다. 담배를 태우고 가족이나 삶에 대한 정도 별로 없다. 이렇게 인물 안에서도, 인물 간에도 상반된 모습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힘이 된다. 악역인 스탠스필드도 흥미롭다(개인적으로 배우 게리 올드만을 좋아하기도 한다). 경찰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약왕일 것 같은 분위기, 거사를 치르기 전 깨물어먹는 알약과 음악에 대한 열망. 다크나이트에서 상대했던 ‘조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레옹에 집중해보고 싶다. 열아홉살에 이국에 와서 킬러로 자랐다. 인간관계라고는 고용주가 전부이며 글을 읽을 줄도 모른다. 성인이지만 성인이 아닌, 불완전한 존재다. 그런 그는 화분을 끔찍히 아낀다. 매일 아침 햇볕 아래 놓아두고 매번 물을 챙겨준다.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좁은 화분에 갇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화분 속 식물, 레옹 본인이다.
 그런 그의 공간에 마틸다라는 이방인이 들어온다(방 안으로 들이는 장면을 직관적으로 잘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그는 글도 배우고 침대에서도 눈을 붙여본다. 처음으로 본인이 벌었던 돈에 관심을 가져도 보고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고용주에게 반박도 해본다. 결국에는 화분에서 벗어나 어느 한 공터에 뿌리를 내린다. 한 사람이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도록 이끈 힘, 관계에서 나왔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사운드트랙 Shape Of My Heart 는 기가막힌 선택이었다.) 그건 단순한 죽음이 아닌 본인의 인생을 바꿔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었다. 삶의 맛을, 삶의 의미를 알려준 사람,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원하는 바를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성장시켜준 사람. 그런 사람을 지킬 수 있었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 레옹에게는 삶의 이유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는 이제 화분 속에 있던 식물처럼, 따뜻한 햇살 아래 뿌리를 내리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You've given me a taste for life.

I wanna be happy, sleep in a bed, have roots.


 

 이외에도 20세기 영화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던 패션 센스, 여운을 길게 남기는 선곡 등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포인트가 많았다.

 좋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 역시 한 인간으로서 완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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