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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마음의 양식

영화 her | 여운이 남아 글을 남긴다

by 흔한 공대생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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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 상태. 뭐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 시작한다.


테오도르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깊이 이입했다. 함께함으로써 행복을 얻고싶어 하지만,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갈등은 회피하려 한다. 결국 항상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OS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테오도르를 언제나 이해해주고 생각의 터닝 포인트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 후로 테오도르는 긍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사만다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회사에 근무하는데, 그의 실적은 훌륭한 것으로 보인다. 책으로 엮을 정도라니, 그의 생각과 글이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담아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한다. 당면한 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우울감에 빠져 살아간다. 가짜 감정에만 충실한 아이러니다. 그러다 만난 AI 사만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사람과의 관계와는 달리, 그녀와는 다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안정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필연적인 다툼

 그러나 결국 사만다와의 다툼은 필연적이었다. 첫째, 근본적인 다름 때문이다. 사람과 AI는 다른 존재다.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사람의 입장에서, AI는 한 때 모든 것이었다가도 한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시공간 초월의 어두운 면이다. 아날로그의 중요성을 느낀다.

 둘째, 어느 한 쪽에만 맞추는 관계는 이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AI가 정말 사람과 같은 인격체일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여느 커플들처럼 여행도 가고 정서적으로 의지하면서도 몇 번의 다툼을 겪는다. AI라고 해서 no pain just gain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고집하지 않는 것

 내게 완벽하게 맞는 무언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세상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테오도르가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상대를 자신의 틀에 맞추려 하면서 맞지 않는 부분은 외면하려던 그, 그랬던 그는 사만다와의 이별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다. 사만다와의 이별은 이전의 것과는 달랐다. 테오도르는 전처럼 마냥 낙심하지만은 않는다.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허심탄회한 대화 말이다. 그는 결국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때가 되면 보내줄 수 있는,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깨닫지 않았을까.


끝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라

 모든 관계는 완벽할 수 없다. 영원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엔 사라지는 것이 관계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아니고 회피해야 할 것도 아니다. 그저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즐거우면 그 뿐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때,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사실 아직도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내게서도 사만다가 사라진 듯, 어딘가 공허하고 멍한 기분이다. 끝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건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글의 방향성이 원래 생각했던 것과 같은지 확신할 수 없다. 이 감정이 잦아들면 다시 살펴보아야겠다. 그 후에 다시 한 번 감상하고 싶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래서 사는 동안엔 잘 살고 싶더라. 즐겁게!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아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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